현재는 앞부분만 남기고 삭제되었고, 잇북(디앤씨미디어)에서 종이책 출간예정이라고 합니다.
인소의 법칙은 제목대로 인소, 즉 인터넷 소설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일어나보니 인터넷 소설의 여주인공이 내 옆집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는 사대천왕이 있더라. 세상이 미쳤나보다. [평범한 여주/ 안 평범한 주변인물 / 현대판타지로맨스성장서스펜스미스터리] - 인소의 법칙 소개글
소개글대로, 인소 속으로 들어간 여자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 함단이는 언제나처럼 잠들었고, 언제나처럼 일어났다. 그런데 낯선 천장……은 아니었다. 낯선 교복이 있었을 뿐이다.
'웬 모델들이나 입을 것 같은 교복에 간신히 몸을 끼워 넣고 연예인을 따라하려다 만 민간인이 되어' 집을 나선 함단이의 옆집에서, 웬 경국지색의 미소녀가 등장했다. 그것도 몹시 친근하게 굴면서.
중학교 입학식 날, 그녀는 다른 세상에 있었다.
세상의 불공평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똑똑하기까지 해 수석입학의 영광을 차지한 미소녀 반여령에게 '다음 시험에선 양보하지 않겠다'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사를 날리며 등장한 역시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은발의 소유자 은지호, 함단이에 의해 ㅡㅡ / *^^* / >_< 라는 추억의 이모티콘으로 표현된 유천영, 권은형, 우주인까지. 함단이는 그 날을 '인소가 시작된 날'로 명명하게 된다. 그렇다, 함단이의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은 인터넷 소설의 여주인공과 일명 사대천왕과 존재하는 바야흐로 '미친 세상'이었던 것이다.
함단이에게 주어진 배역은 무엇일까? 인터넷 소설에서 빼놓으면 아쉬울 '여주인공의 친구' 배역이 바로 그녀의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함단이는 그에 대해 수긍하고 따르지는 않는다. 반여령과의 친구 관계를 그만두려는 시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일을 겪은 후, 함단이는 반여령과 단짝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자연스럽게 사대천왕- 은지호, 유천영, 권은형, 우주인과도 친해져간다.
함단이라는 소녀는 그렇게 이 세상에 동화되는 듯 보였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운명의 날, 그녀는 반여령과 사대천왕이 사라진 세계에서 눈을 떴다.
'인소를 소재로 한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인상이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함단이는 반여령을 비롯한 '인소 캐릭터'들을 '인소 캐릭터'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진지하게 우정을 쌓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함단이가 '인소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인소의 법칙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왔듯이,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면? 첫 화에서 단이 자신에게 썩 잘 어울린다 생각했던 평범한 교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듯이, 함단이가 사랑하는 친구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함단이의 기억 속에밖에 남지 않게 된다. 친구들 역시 함단이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이 무서운 미지의 공포를 앞에 두고, 함단이의 행복은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언제건 친구들에게서 자신이 사라지고, 자신의 세상에서 친구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고민하는 함단이가 품은 벽을 느끼고 상처받으면서도, 곁에서 지켜보며 고뇌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함단이는 중학교 내내 함께했던 반여령이나 사대천왕과는 다른 반이 되지만, 그 반에서 중학교 시절 사대천왕으로 꼽혔지만 그것을 오글거려하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반여령이며 사대천왕처럼 인터넷 소설의 캐릭터라 확신하는 개성을 지닌 새로운 인물까지.
자신의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겪으며, 결국 이 세상의 이방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실감한 함단이이지만, 분명 그녀는 인소의 법칙 세상의 고등학생이기도 하다. 반짝거리는 청춘이라는 말이 어울릴 학창시절,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그 시간을 조금 특별하게 맞이한 한 소녀의 이야기―과연 그 결말이 어떨지, 함단이가 걸어나갈 길은 아직 길게 남은 듯 보인다.
이 소설의 시작점은 분명히 인소였고, 인소의 법칙이라는 제목처럼 인소를 떼놓고 논할 수 없는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인소에 대해 혹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곧 인소의 법칙에 대한 거부감으로 삼아 멀리하기엔 아까울 정도로(주인공이 제일 열렬하게 인소를 까고 있다;) 재미있는, 인소를 작가의 생각대로 해석하여 새롭게 풀어낸 소설이다.
소개글이 붙어있는 긴 장르(?)가 이 소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예상할 수 있게 한다. 현대판타지로맨스성장서스펜스미스터리. 배경은 현대이지만 세상이 바뀐다는 판타지에 서스펜스 미스터리 역시 품고 있으며,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있으니 연애감정이 생길 수 있어 로맨스도 빼놓을 순 없고, 여러 사건을 겪어나가면서 캐릭터들은 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소의 법칙이 없는 세상의 소녀가 인소의 법칙이라는 세상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면서,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판타지 미스터리적 요소에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함단이와 반여령을 비롯한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보내는 학창생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감상포인트다. 함단이는 인소의 법칙이 더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학생이기에 성적이 나쁘면 부모님하고 좀 부딪치기도 하고, 그로 속상해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 마찰을 빚거나, 소문으로 고통받기도 하는 등, 그 삶이 결코 꿈이나 허황된 상상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평범하게 진지한 학생이다. 이 이야기를 마냥 현대판타지나 로맨스라고 하기보다, 그 모든 것과 서스펜스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된 성장물이라 하는 것이 적확하지 않을까 느껴질 정도로.
또한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지닌 생각이며 심정을 묘사해 내는 심리묘사 역시 인상적이다. 섬세한 서술은 저도 모르게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하게 될 정도이다. 소년들의 매력들 역시 빼놓을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소녀에게 눈길이 갔다. 소설의 중심인 주인공 함단이는 물론이고,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자 작가 공인 인터넷 소설 여주인공인 반여령이 바로 그 둘이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것이 없는 게 못하는 거, 라는 말장난이 떠오를 정도로 그림같은 미소녀 반여령. 하지만 그녀가 정말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미소녀가 아닌 바에야 그녀 역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호감만큼이나 진득한 악의 또한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빛나는 외면에 가려지기 십상인 그 속내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 어느 순간부터 반여령은 틀에 찍어낸 듯한 '인소 주인공 미소녀'가 아닌, 뾰족하게 던져지는 말에 상처받으면서도 친구 함단이를 한없이 사랑하는 '인간 반여령'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세상'을 상대로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인공, 그런 그녀와 우정을 쌓아가는 하나하나 개성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들, 소년과 소녀 사이에 걸쳐진 아슬아슬한 감정선, 그들이 함께 보내는 찬란한 시절의 이야기. 진부하지만 맛보기라도 한번 읽어보시라는 말로 추천사를 갈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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