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르노와르
(1841-1919)
처음 본 르노와르의 그림은 후원자인 단베르의 막내 딸을 그린 초상화였다. 그것도 소설
의 표지로 쓰였던 것으로!(그 시절 리어커에서 구입 한 책들 대부분은 그렇게 그림을
표지로 사용했다.)
중학교 시절, "이책 속 여주인공이 딱 이렇게 생겼겠구나"라고 상상을 했었다. 약간
붉은기가 도는 갈색머리.그 긴 머리를 가닥가닥 표현했으면서 풍성해 보였던 점. 맑게
빛나는 피부.어두운 배경에서 그 소녀만 빛나 보이는게 더 신비스러웠다.
그 그림이 유명 화가의 작품이란걸 안 것은 그러고도 한참 후의 일이다. 하지만 그
화가가 이곳 리모쥬 출생이란 걸 안 것은 딸 아이가 화가 이름을 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이다. 그리고는 열심히 집에 있는 화집을 들쳐 보았다.
좀 매사에 무심한 편인 나는 마음에 든다고 따로 찾아보거나 이름을 확인하는 일은 절대
안한다.그림이 좋으면 그저 "보니 좋구만!" 노래가 흥겨우면 가사 전부가 아닌 마음에 든
부분만 외운다. 어찌보면 머리가 나쁘다 할 수 있지.
하여튼 그래서 뒤져본 화집에는 눈에 익은 그림들이 많았다. 처음 얘기한 그 초상화가
그랬고, 테라스에 부녀로 보이는 여자들이 앉아 있는 그림은 아이들이 어릴 적 잡지에서
오려 방에 붙여주었던 그림 중에 하나였다. 그 땐 한 달에 한번 그렇게 지난 미술 잡지에서
마음이 든 그림이 있으면 오려 방에 복도에 붙여 놓았다.
앞서 소개한 초상화는 초기 작품으로 그를 인상파 화가라 칭하던 시절의 작품이다.
인상파란 빛에 드러 난 부분 모두를 환한 색으로 표현 하는 미술기법을 말한다. 초기에는
앞에 소개한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인상주의가 추구하던 빛을 잘 나타내진 못했다. 하지만
침투 화법을 쓰기 시작하면서 햇빛에 투영되는 부분을 여실히 잘 보여준다. 말년
류마티즘에 고생을 하면서도 르노와르의 그림은 더욱 투명해진다. 마치 진주 빛깔의 색체만
사용한 듯하다.그림 속의 형체가 뿌옇게 보이고 초기 작품같은 선명한 색 대비가 보이지
않는 것은 병으로 붓을 바로 쥘 수 없어 주먹을 쥐듯 붓을 사용한 탓이라 한다. 말년
남불에 정착하여 죽기 전까지 여인과 자연을 그렸던 르노와르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화가다.
옛 화가의 그림에 나타난 나부들을 보면 늘 떠오르는 생각 하나! "나도 저 시절에
태어났다면 한 몸매했을텐데,시대를 잘못 만난 탓에.."라는 탄식아닌 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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