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이어트 오늘의 점심 메뉴는 낙지 볶음이었다. 여학생이 별로 없는 석사 동기들 가운데 홍일점으로 끼어서 친해진 선배들과 평소처럼 식사를 하러 나왔는데, 더이상은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숟가락을 살며시 놓고 그냥 선배들 먹는 걸 바라보면서 계속 이야기 되고 있는 중간고사에 대한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이 너 다먹은거냐?" 어느새 밥을 그만 먹고 쉬고 있는 나를 본 승훈 선배가 잔소리를 시작했다 "니가 날씬하지는 않지만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도 아닌데, 요즘 밥사주기 돈아깝게 왜이렇게 남기고 난리냐? 너도 봄타냐?" "아니요. 요즘 입맛이 너무 없어요." "그러게 영현이 요즘 계속 저러네. 그러고 보니까 꽤 됐거 같은데? 살도 좀 빠지는거 같고?" "아닌데? 살은 안빠지는거 같은데요? 그냥 진짜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어서 마저 드세요"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걸 알지만, 요즘은 그냥 다.. 헛헛했다. 아마.. 1달도 넘게 지난 내 헤어짐 때문인건지... 더이상 아무 느낌도 없고 떨어져 있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별 관심도 없는 상태여서 헤어짐을 말했지만 지난 3년의 시간은 내 삶에 많은 흔적을 남긴 것 같다. 별다른 이유 없이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입맛이 없으니... 원... 다들 식사가 끝나고 일어나서 식당을 나서서 후식을 먹는답시고 테이크아웃 커피숍으로 향했다. "너 오늘은 진한거 마시지 말고 우유 좀 들어간거 마셔. 불안하다 요즘 너 먹는거 보면" 어느새 옆에서 걷고 있는 우현 오빠가 슬쩍 말했다 "괜찮아요 진하게 커피 한잔 하고 들어가야 시험 감독 할때 잠이 안오죠 오늘 우리 교수님 학부 수업 퀴즈 보잖아. 나 감독 들어가야되" "그래도 오늘은 내말 들어.너 오늘은 그렇게 먹으면 진짜 안될거 같아" 요즘 내 상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말이라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건네주는 커피를 받아서 또다시 무리에 섞여서 학교로 들어갔다. 연구실 책상에 앉아서 교수님께서 학부 시험 문제를 메일로 보내기를 기다리는데 메신져에 우현선배가 들어와서 말을 걸었다 <박우현님의 말 : 너 어제 바로 잤니? 그때?> <아임오케!!님의 말: 오빠!! 그때 눕긴 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어> <박우현님의 말 : 그럼 오늘 아침에는 몇시에 학교 나왔는데?> <아임오케!!님의 말: 오늘 아침에 9시에 수업 있었어영. 그래서 7시에 일어났지> <박우현님의 말 : 흠... 오늘도 한 3시간 잤구나...그렇게 안자고 안먹어서 되겠냐?> <아임오케!!님의 말 : 다요트 되고 좋지 머 ㅎㅎ 돈워리 !! ㅎㅎ 살빠지고 좋네 ㅎㅎㅎ> <박우현님의 말 : 나야 뭐..항상 야행성이라서.. 나는 오늘 11시에 일어나서 학교 왔지만. 너는 잠도 많다는 애가 요즘 이상해> <아임오케!!님의 말: 어젯밤에 얘기 했듯이.. 이제야 티가 나나보지 뭐.. 근데.. 별로 그친구가 생각나거나 하는건 아니고.. 그냥..> <박우현님의 말 : 그래.. > <아임오케!!님의 말 : 이야.. 나 오빠한테 완전 걱정 끼치고 있는거?? 걱정마!! > <박우현님의 말 : 임마!! 하여튼 너 오늘 시험 감독 끝나고 어디로 튀지 말고 있어! 가는길에 데려다 줄게> <아임오케!!님의 말 : 에이 아녜용 마치고 책좀 보러 교보문고 갈꺼예요~ 앗!! 교수님이 메일로 안보내고 직접 오셨어. 나 간당~> <박우현님의 말 : ok> 그러고보니 우현 선배한테 좀 미안했다. 새벽에 혼자서 잠도 안오고 심심해서 야행성으로 소문난 우현 선배한테 문자를 보낸걸 시작으로 매일 밤에 메신져로 나랑 놀아주느라.. 요즘 너무 고생하네... 내일은 밥이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험감독을 하러 나갔다. 피곤하고.. 몸이 좀 축나고 있긴 한가보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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