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대전}
1717년 7월 숙종은 세자의 반대파 노론의 영수 이이명을 불러들인다.
그런데 이때 사관과 입직승지는 못 들어오게 하고 단둘이만 밀담을 나눈다.
조선에서 단둘의 밀담은 관례에 어긋난 일이므로, 대신들의 항의가 빗발 쳤지만 숙종은 이를 무시하였다.
이 독대에서 두사람간에 어떤일이 있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실록에선 짤막한 기록만을 남긴다
이날밤 숙종이 말하길 “뜻밖에 내가 안질로 왼쪽눈은 볼 수가 없고 오른쪽마저 희미하니 세자가 대리청정 하는것 밖에 도리게 없겠소".
이른바 '정유독대'라고 부르는 유명한 사건이다.
{경회루}
청명한 산소가 파고드는 웅장하고 멋드러진 경회루에서 세자의 30번째 탄신연회가 펼쳐지고 있다.
전통 무용과 궁중음악이 화려하면서도 절도있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연회속 정 중앙엔 숙종과 인원왕후가 자리하였고,
오른편으로 세자와 세자빈이, 왼쪽으로는 숙빈과 연잉군 내외, 그리고 그옆으로 다른 후궁과 연령군을 비롯한 왕자와 옹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숙종)-내 경희루에 앉아, 왕실 가족이 모두가 함께한 이 연회에 참석하고 있자니, 심히 기분이 평안해지는구려...
"짐의 병환마저 훌훌 털어져 날아가는것 같소"
인원왕후)-"전하께서 이렇게 기뻐하시는걸 보니 신첩도 행복합니다"
이 화목한 왕실의 모습이 바로 태평성대의 모습이 아닐런지요?
갖가지 진귀한 음식들이 차려진 연회상은 음식 가지수 조차 셀수 없을많큼 계속해서 요리가 바꾸어져갔고, 멋들어진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무희들과 화려하게 꽃으로 치장된 경회루에서 보이듯 연회는 아주 성대하게 치뤄지고 있었다.
선녀복장을 한 무희들이 마지막으로 향악정재를 마무리 짓자 왕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병안중이었던 탔에 장기간 참여하기도 힘들뿐더러, 시원한 미풍이 불자 졸음이 밀려오던 터였다.
하지만 더 큰이유는 왕이 세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대신들의 빗발치는 항소가 계속되는 터에 세자가 대리청정의 명에 대한 대답을 아직 하지않고 있던 터라, 왕은 은근히 세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숙종)-이제 짐은 이 연회에서 빠져야겠소.
참으로 오랜만에 시름을 덜고 즐겁게 있다 갑니다.
인원왕후)-어째서 벌써 일어 나시려 하옵니까? 어디 불편하신데라도 있으신지?
숙종)-아니요!
연로한 짐이 빠져야, 혈기있는 젊은 세자와 내 아들딸들이 이제부터라도 편히 쉴수있지 않겠습니까?
중전도 짐과 함께 일어나시죠.
그리고 여봐라!
대신들과 빈들을 비롯한 후궁들은 이쯤에서 일어서서 세자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만 편히 즐기고 쉬도록 하라!
왕이 대전을 향해 행차하려 하자 중전과 왕의후궁들, 연로한 대신들도 그 자리를 떠났다.
숙빈은 아들인 연잉군에게 출궁하기전, 자신의 처소에 들어줄것을 부탁하고 자리를 뜬다.
젊은이들만 남은 이 경회루에는 또다른 느낌의 생기가 감도는것 같았다.
세자)- "오늘 아바마마께서 우리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 주신만큼, 오늘은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쉬다 가시게나"
세자는 겉으로는 태연한척 하고있지만, 심히 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지지세력인 소론계열에서 대리청정을 수락하지 말라는 청이 끊이지않는 상태였고, 한편 왕을 비롯한 반대파 노론에서는 끝없이 대리청정의 명을 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세자는 그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수 없는 혼동속에 서있었다.
세자는 그 생각에 두통이 밀려왔지만, 한편으론 이 기쁜자리가 당분간 있지 않을거라는걸 인지했었기에,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특별한 이 순간을 느끼고 싶어했다.
궁중무용과 풍악이 막바지에 들어갈부렵, 세자빈이 한모금씩 천천히 마신 약주가 살며시 달아올르자, 마음이 편안해지는것을 느낀다.
궁중음악연주에 감동을 느낀 세자빈은 직접 밑으로 내려가 악사를 알현하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세자빈이 악사와 얘기하는동안 박귀인은 세자옆 세자빈의 자리에 앉아, 세자에게 정답게 다가선다.
세자는 박귀인이 따라주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그동안의 회한에 대한 시름을 풀려 하였다.
세자빈은 다시 경회루에 오르는중, 왼쪽편에 있는 연잉군가족과 눈이 마주치자, 그들이 있는곳으로 가서 서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눈다.
세자빈)-이 아이 이름이 뭐라 하셨지요?
연잉군의 처)-효정이라고 하옵니다.
세자빈)-벌서 7살이 되버렸구나!
갓난쟁이때 한번 보고는 처음이네요!
연잉군의 처는 아이를 바라보며 “어서 세자빈 마마께 예를 갖춰야지”라고 말한다.
세자빈)-그럴필요 없습니다.
내 친자식 처럼 어여쁜데, 격식 차릴 필요 없어요?
효정아 이리온!
큰엄마다!
"눈빛이 참으로 맑구나"
저는 왜이리 딸이 이쁜지 모르겠습니다.
세자빈이 효정을 안으려하자 아이는 낮설은지, 수줍어하며 어미의 치마폭 뒤로가 숨어버린다.
그리고 연잉군이 그들에게 눈짓을 주자 그의 처는 딸과 함께 자리를 피해 주었다.
연잉군)-마마! 저하의 탄신일 경하드리옵니다.
연잉군은 장난끼가 서린 미소를 지며 세자빈을 위 아래로 쭉 훓어본다.
세자빈 마마를 마지막으로 뵈온지가 5년이 넘은것같은데, 아름다움이 여전하십니다.
그 변치 않는 아름다움의 비결이 무엇인지요?
연잉군은 세자빈을 흠모해 왔었다.
하지만, 행복해 하는 두 내외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가례를 올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정도 주체할 수 있을정도로 안정되어져 갔었다.
연잉군은 자신의 감정을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컨트롤 할수있는 인물이었다.
만약, 세자가 왕이 되면, 후궁의 후사인 연잉군은 목숨을 부지 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왕실에서 왕권에대한 욕심이 비슷하게라도 보여진다면, 그것은 곧바로 역심이되었고 역심은 곧 죽음뿐이었다.
역대 왕가에서도 왕실을 피바람으로 몰고온 인물이 많았기에, 그것이 연잉군에게 교훈이 되었었다.
연잉군은 영리했다.
자신의 위치를 잘알고 있는 연잉군은 어릴때부터 세자를 많이 따르면서 세자의 눈에 들길 애썼었다.
그렇게 왕권에 대한 미련이 없었던 연잉군이, 처음으로 세자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품게 만든이유는,
자신을 지지하는 노론세력의 뒷받침세력이 왕권과 견줄만큼 거대해져서도 있지만, 그 밑 바탕 또다른 이유로 세자빈이 있기도 했었다.
여자를 유난히 좋아해서 어린나이에 후궁까지 있는 연잉군은 지금껏 원하는것은 다 손에 넣은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바라봐서도, 만져서도 안되는 아름다운 꽃 세자빈은 자신에겐 끝없는 선망의 여인이었고,
그런 높은 벽에 있는 세자빈은 연잉군에 열정을 쏟구치게 하는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세자를 대신하여 세자빈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됬었고,
그것은 세자에 대한 질투와 시기로 변해갔으며, 세자자리에대한 욕심으로 커져갔다.
살짝 눈꼬리가 올라간 가는눈과 예지력있어보이는 칠흙같이 까맣고 날카로운 작은 눈동자,
뾰족한 턱을 가진 작은얼굴과 체형, 굳게 다문 얇은 입술을 가진 연잉군은 외모는 물론, 그 간교한 성품까지 숙빈최씨와 비슷했다.
연잉군은 선천적으로 정신력과 체질이 다부졌으며 외모에서 보이듯, 두뇌회전이 빠르고 약삭 발랐다.
그래서, 쟁취욕이 많아 원하는것을 모두 손에 넣으려 했었고 세자빈도 그 원하는 대상에 포함되었었다.
하지만 보위를 이어받기 위해서 사랑따위는 절제 할 수 있어야 한다는것을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잉군은 항상 절제된 마음으로 세자빈을 대했었다.
어느누구도 세자빈에 대한 연잉군의 사랑을 눈치 챌 수가 없었다.
가질수 없는 장난감을 대하듯, 욕심이 내포되있는 사랑을 마음속에 억누르는 세자빈에대한 연잉군의 사랑에 비해 연령군의 사랑은 순박한 소년이 첫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듯 순수하고 헌신적인 청순한 사랑이었다.
연잉군의 소유욕이 만든 사랑의 감정또한 사랑인지라,
가끔씩 세자빈을 만날때마다 연잉군은 갖고 싶은 감정이 내포된 사랑이 항상 쏟구치는걸 느끼고 있었다.
("오늘 밤은 세자빈과 밤새도록 함께 이 연회를 즐기고 싶구나")
너무나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는 세자빈을 바라보면서 연잉군은 세자가 앉아있는 쪽을 바라 보았다.
세자는 많이 취했는지 술을 한잔 마시다가 박귀인 쪽으로 이내 고개가 떨구어졌다.
연인군은 세자가 정신을 가누기 힘든 상태라는것을 인지하고, 세자빈이 연못속에있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을때, 도포자락 끝에서 손까락만한 유리병을 꺼낸다.
그리고는 재빨리 술병에다가 약품으로 보이는 그것을 집어넣었다.
연잉군)-오늘 마마께 제가 술한잔 올려도 될런지요?
연잉군은 무언가에 홀리듯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로 세자빈에게 약을 탄 술을 따라주었다.
세자빈은 연잉군이 따라주는 술을 흥케이 들어 몇모금 맞보더니, 이내 술잔을 비워버렸다.
연잉군)-세자빈마마! 대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하께서 대리청정을 수락하시는 쪽으로 기울이시는것 같던데....
어서 형님이 아버지의 명을 받들고, 어서 아바마마 다음으로 보위에 오르시길 바라오며, 역대왕들 중 가장 덕이있는 성군이 되실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자빈)-연잉군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연잉군은 세자빈이 마셔서 비운 술잔에 다시한번 술을 올린다.
세자빈이 그 술을 기분좋게 마시는것이 보이자, 연잉군은 회심에 찬 표정을 지어내었다.
세자빈이 그 술을 마시자 순식간에 기운이 몸에 퍼지고 야릇하게 달아올라만 갔다.
연잉군과 대화를 나누다가 세자빈은 석양의 노을에 심취해 경회루 끝으로 걸어간다.
연잉군이 세자빈을 뒤 따라와 말을 걸려고 하였다.
세자빈)-잠시만 이대로 혼자 있고 싶어요
연잉군은 세자빈이 그렇게 말하자, 잠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아 있는다.
궐의 향기에 심취해 연못과 하늘을 바라보니, 가슴이 부풀어 올라오는것 같이 벅차게 느껴졌다.
경회루에 해가 떨어지면서 환상적으로 보라빛과 주황빛이 마블링이 되는 노을이 세자빈의 뺨을 더 눈부시게 비쳐주고 있었다.
연령군)-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황혼에 고요히 퍼지니
우아한 안개가 홀연히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가 자연이라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하나로 연연하다.
연령군은 사촌동생들과 같이 담소를 나누던 중 저 멀리 세자빈의 자태에 이끌려 이 쪽으로 걸어왔다.
세자빈이 낮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연령군은 미소를 자아내며 세자빈을 바라보았다.
연령군)-노을에 비쳐 빛나는 마마의 옆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이리로 이끌려 왔나봅니다.
세자빈)-참으로 오래간만 입니다. 연령군!
세자빈은 오래간만에 보는 연령군을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취기가 올랐는지 연령군은 세자빈의 눈빛을 아쉬운듯 갈구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세자빈을 등지고 경회루 기둥을 붙잡으며 말한다.
연령군)-참으려 참으려 해도 이렇게 지워지지않는, 내가 사모하는 단 한 사람을.... 하늘은 어찌 무심하게 잊으라고만 하는지...
전 가슴이 아파 숨을 쉴수가 없습니다.
연령군은 뒤돌은 채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고 애닳프게 탄성하고 있었다.
세자빈)-연령군!
세자빈은 연령군쪽 방향으로 가서 연령군의 손을 잡고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한다.
세자빈)-연령군! 연령군의 마음은 사랑의 마음이 아니에요.
한낱 오누이같은 우정일 뿐이랍니다.
그러니 이 순간 너무 슬퍼 하지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도 없었던듯 잊혀질텐데,
그런일로 연령군이 마음 아파하면 저또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연령군)-저도 이제 20살입니다.
이젠 어리지도 않고, 사랑이 뭔지도 아는 나이입니다.
처음엔 이 마음이 사랑이 아닐거라고, 그냥 형수에 대한 애정일뿐일 거라고 스스로 날 채찍질하며 감정을 억누르려 노력해 왔어요
마마를 잊을려 다신 궐에 안들어 올려고 애쓰고 또 애쓰고, 얼마나 많이 내 가슴속 사랑을 죽여왔는지 아십니까?
가례를 올리고도 수년이 지났어도 사랑을 느끼는 사람은 마마뿐인 나를,,,,,,이러는 제가 미워집니다.
세자빈은 아까 마신 그 술이 그냥 평범한 예사 술이 아니라는것을, 야릇하게 술기운이 퍼지는것이 느껴지자 알게 되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혼미해지는것 같았다.
세자빈은 이런얘기를 하는 연령군이 참으로 난감했다.
그냥 어지러운 몸을 빌미삼아 이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게 느껴졌다.
세자빈)-"연령군! 처가 오고 있어요"
멀리서 연령군의 처가 뭔가를 눈치챘는지, 빠른걸음으로 쫒아와서 세자빈에게 하례를 올린후 연령군을 향해 토라진듯 말을꺼냈다.
연령군의처)-약주는 그만하시고 오늘은 이제 침수에 드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연령군)-"아직 초저녁이요"
금방 얘기끝나고 가겠소!
피곤하시면 먼저 가서 침수드시오!
연령군의 말이 떨어지자, 그의 처가 차가운 눈빛을 보내며 뒤돌아 걸어간다.
세자빈)- "무안해 하지 않습니까" 어서 가보세요.
연령군의 처는 연령군과 혼례를 올릴때 부터 연령군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연령군이 사모하는 사람이 세자빈이었다는 것도 쉽게 알아 차렸었기에 둘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투기가 남달렀던 연령군의 처는 연잉군의 처와 자주 왕래하면서, 세자빈의 반대세력을 키우는데 보이지 않게 동참하고 있었다.
세자빈은 연령군의 처가 뒤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그쪽 방향 끝에서 세자와 박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박귀인이 세자의 어깨에 기대 세자에게 술을 따르는 모습이 보였고,
세자도 기뻐하는듯 서로 마주보고 끝없이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세자빈의 눈에 들어왔다.
그때 박귀인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세자빈의 눈과 마주쳤으나, 이내 고개를 세자쪽으로 돌리고 더 다정스럽게 붙어 애정을 내뿜었다.
세자와 박귀인의 웃음소리는 경회루 안 전체에 퍼질정도로 크게 울려퍼졌다.
세자가 아주 많이 취해 보이는것 같았지만, 세자빈은 세자를 살피려 가는게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눈앞의 광경과 연회의 웅성거림만이 어지럼증과 혼란을 더해줄 뿐이었다.
세자빈은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며 눈앞이 캄캄하게 보여졌다.
세자빈이 쓰러지려하자 가깟으로 연령군이 부축을 해줬지만, 세자빈은 몸을 가눌수가 없었다.
연령군)-여봐라!
세자빈)-제발 소란피지 마세요...... 정상궁을 불러주세요.
저 혼자 조용히 빠지고 싶네요.
연령군)-그래도 저하께 알리는것이,
세자빈)-아닙니다. 연회를 망치고 싶지 않아요.
연령군은 빈궁전의 정상궁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연령군)-“지금 세자빈 마마가 피곤하셔서 쉬셔야 하니 급히 빈궁전으로 뫼실것이다"
그러니 세자저하와 그 밖에 분들에겐 알리지 말고 계속 연회를 즐기라고 전하라”
연령군은 남의이목을 살피지않고 세자빈을 부축하며 빈궁전으로 행하려 했고, 신하들이 그를 따랐다.
경회루에서 벚어나자 세자빈은 정신을 완전히 잃었고, 연령군은 정신을 잃은 세자빈을 직접 등에 업었다.
연잉군)-연령군 그게 무슨짓이오?
세자빈이 연령군의 등에 업혀 걸어갈때 뒤에서 연잉군이 그 모습을 보고 쫒아왔다.
연령군)-세자빈 마마가 쓰러지셨습니다.
연령군은 퉁명스럽게 연잉군에게 말했다.
"부디 형님이 원인이 아니길 바랍니다".
연잉군)-그게 무슨 해괴한 말이오?
연령군)-진정 제 말뜻을 형님이 모르시단 말인가요?
수많은 여자들에게 항상 이런식으로 농락해 오시지 않으셨던가요?
연인군) 네 감히,?
연령군)-허나, 세자빈마마 만은 형님의 노리개가 될수 없습니다.
제 모든걸 바쳐서라도 제가 마마를 지켜드릴겁니다.
"제발 부탁이니 형님은 마마곁에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세자빈에게 조차 간교하게 일을 꾀하려한 연잉군은 연령군의 뜨끔한 말에 약간은 찔리는듯, 멍하게 연령군을 바라보며 아무말도 못하였고, 연령군은 연잉군의 안면에다 경계의 눈빛을 불사지른 후 고개를 돌려 빈궁전으로 향하였다.
{경회루}
세자는 어렸을때부터 큰 일을 많이 경험했었고, 지금도 여러가지 일로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은상태였다.
거기에, 내성적인 성격까지 더해져 속알이가 심하였다.
대리청정의 압박은 세자를 병들게 하였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그 시름을 덜고 싶었고, 끊이지 않은 모든 걱정을 잊고 싶었다.
세자는 속알이 때문에 생긴 병환을 치유해 주는데 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세자)-근데, 우리 세자빈은 어디 있느냐?
박귀인)-몇번을 말씀 드리옵니까? 마마께서 피곤해 하셔서 정상궁이 뫼시고 빈궁전으로 갔다 하옵니다.
세자)-"그래? 그렇다면 내가 가봐야지"
박귀인)-지금 가시더라도 침수들고 계실터인데 , 저하께서 가오시면 세자빈 마마께서 쉬시지 못할 것입니다.
세자)-무슨 소리! 세자빈은 내가 가서 손수 재워줘야 하오!
세자는 정신을 가다듬을수 없을 정도로 너무 취해, 또렸하게 말을 못 잇다가 이내 박귀인쪽으로 고개가 떨어졌다.
{빈궁전}
연령군은 손수 세자빈의 손을잡고 지극 정성으로 세자빈을 간호해주고 있었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뭐라고 고백하는 연령군의 말소리에 세자빈의 눈꺼풀이 흔들렸다.
연령군)-마마, 아프면 안되요,
"마마가 아프시면 내 이토록 맘이 찢어지는데"
연령군은 세자빈의 손등에 자신의 얼굴을 기댄 채 흐느끼듯 말하였다.
세자빈은 희미하게 떠진 눈으로 투명하게 맺혀있는 연령군의 눈물을 보았다.
세자빈은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너무 아끼고 좋아하는 동생같은 연령군이 자신으로 인해 이렇게 힘들어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세자빈)-연령군, 내가 아까 어떻게 된건가요?
연령군)-정신이 드시나요? 오! 다행이에요.
"밖에 아무도 없느냐? 마마께서 정신이 드셨다"
어서 탕제를 올려라.
졸도까지 할정도로 몸이 허약하셨나 봅니다.
세자빈)-내 이런적이 없었는데, 연령군 보기가 참으로 민망합니다.
연령군)- "아프지만 마세요 "
정말 놀라서 심장이 멈추는줄알았어요!
세자빈)- 저는 이제 괜찮으니, 궐내에 마련된 처소에서 침수들도록 하세요.
연령군)- 마마곁에서 밤새 간호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만은 물리치지 마십시요!
세자빈)-조금있으면 세자저하께서도 오실겁니다.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게 이만 들어가서 쉬세요.
연령군)-마마! 지금 저하께선 박귀인의 처소에서 침수드신다 합니다.
세자빈은 연령군의 말에 너무나 놀라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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