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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향*** 작성일 : 2015.02.17 / 조회수 : 6,123
제목 탐하다님/모든 것이 아름다울 뿐/로즈방 

 

뭐라고,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요?

짧지 않은, 쉽지 않은 분량 100화를 쉬지 않고 정주행하여 읽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먹먹합니다. 그리고 아파요.

그럼에도 이 글을 볼 수 있었던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 여운이 며칠 내내 깊이 파고드네요.

 

그동안 이곳에서 에 대한 추천을 많이 봐왔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작가님이시란 걸 아니까 좋은 작품이겠지 막연히 그렇게만 생각하고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살던 어느날, 자주 가던 카페에서 이 글의 엔딩이 언급되는 걸 봤지요.

개인적으로 새드엔딩 좋아합니다.

비극이 가진 독특함이 보는 이들을 펑펑 울게 만들지만 그만큼 여운이 상당하니까, 저는 그런 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글도 새드엔딩이라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완결을 한 편 앞둔 그때에야.

완결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이 정말 새드인지 확인하고 저는 그때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이 나옵니다. 한편의 동화같더군요. 잔인한 동화였습니다.

평생을 어둠에 익숙한 폐위된 어린 왕, 빈민촌의 눈치 빠르고 어딘가 단단한 소녀, 둘은 어린 시절을 서로의 빛이 되어주면서 버텨냅니다.

10대에 다시 재회하면서 오해를 거듭하다 화해, 그 뒤는 격랑과도 같이 급변하는 사회의 물결 속에서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하디와 파니.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고 인생의 단 하나뿐이어야 하는 존재.

한치의 앞도 짐작할 수 없는 미래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수많은 걸 앞장서서 하나씩 차근차근 해냅니다.

엔딩이 참 가슴 시리게 슬프지만 그들은 격동하는 그 시절, 불꽃처럼 뜨거우면서 진한 사랑을 서로에게 남김없이 주었으니 언뜻 다시 생각해보면 해피엔딩이 아닐까 그런 느낌도 듭니다.

 

이 글이 주는 상징적 의미와 새겨야 할 것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어요.

그분들과 다르게 추천하고 싶은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인물들의 매력입니다.

100화, 거기다 일반적인 시대배경과 일반적인 로맨스가 아닙니다.

정치, 역사, 경제 등 굵직굵직하게 들어간 일반문학에 가까운 소설이니 등장하는 인물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개성이 강합니다.

너무 색깔이 진해서 매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 사람이 주인공인 듯한 느낌이죠.

그래서인지 분명 악역인데 매력이 넘칩니다.

이를 테면 언론사 사장님, 참 싸이코 스럽고 무서운 인물인데 이 사람이 등장하면 가끔 온 몸에 전율이 생겨요.

그리고 에스트로, 후안, 첸까지 남주를 바로 옆에서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이 세 사람이 저는 좋더라고요.

파니가 하디에게 어둠 속의 유일한 한줄기 빛이었다면 에스트로와 첸은 하디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햇살과도 같았습니다.

악역이지만 존재감과 카리스마가 강했던 사상경찰국 국장(전임, 신임 둘다), 육군소령, 시니컬한 마리아와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인 매니저까지 다종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이 글 안에 그대로 녹아서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죠.

 

요점도 없이 길게 추천글을 남깁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이 있으시면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로맨스는 물론 정치, 역사와 현재의 시대상까지 어느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탄탄한 필력으로 매회 불어넣는 긴장감과 몰입은 직접 보신 분들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보고 많은 걸 생각하고 많은 걸 느꼈으며 많은 걸 가슴에 담았습니다.

 

며칠동안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늘 둘을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살아가는 이유였던 하디와 파니, 둘의 마지막을 떠올리면 어느새 또 눈물이 차오릅니다.

 

"울지 마. 바보야."

 

하디의 마지막 이 짧은 대사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작가님은 아실까요?

기나긴 호흡의 대장정 속에서 작가님도 많이 힘드셨고 아프셨으리라, 이제 끝났으니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을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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